만화계 소식
지난 11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를 발표하였다. 사실 지난 이십년간 한국 웹툰은 괄목할 성장을 이뤘고, 지난 몇 년은 국내를 넘어 세계 각지로 그 영향력과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금년은 네이버 웹툰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는 한편,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변화를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시작된 후일 때가 많다. 그 씨앗과 성장에서 준비가 시작되어야만 변화에 제대로 적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이다. 이제 2024년 만화웹툰의 독자와 이용자들을 통해 지난 몇 년간 다양하게 이야기되었던 주제와 우려를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일단 이번 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0세부터 만 69세 이하의 국민 중 최근 1년 동안 웹툰 또는 출판만화 콘텐츠를 ‘2~3개월에 1회 이상’ 이용한 경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는 2019년부터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2024년 조사 역시 3,500명 규모로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였다. 조사 주기는 연 1회이며, 콘텐츠 이용 조사 내용에 대한 응답 기준은 별도의 언급이 없을 경우 2023년 6월~2024년 5월(최근 1년) 기간이라고 한다.
만화웹툰을 누가, 얼마나 보고 있을까?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만화웹툰의 독자 중 66.7%는 주 1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열람하고 있다. 그중 10대부터 30대까지는 10명 중 3명꼴로 매일 만화웹툰을 보고 있는 걸로 나왔다.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들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독특한 것은 40대 중 주 1~2회 보는 이들이 25%로 높게 나온 점이다. 아마 시간적인 여유와 공간의 접근성 등으로 인해 주말과 특정 시간에 몰아보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지만, 보다 자세한 이유를 찾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30대와 40대는 실질 구매력이 가장 높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출판만화는 약 61.6%가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조사 대상자가 대부분 웹툰 이용자이며 그 대상도 사실상 출판으로 발간된 웹툰이라고 보인다. 공간과 작품의 접근성이 문제인 듯하다. 이유는 선호하는 출판만화 작품의 순위에 프랑스의 그래픽노블인 <그랑비드>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랑비드> 작가의 국내 방문과 미디어 노출에 작품선택의 외부요인 중 첫 번째가 인기 순이라는 점과 연결된 듯하다. 사실 그래픽노블 등은 최근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출판만화 시장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듯하다.
그리고 웹툰과 출판만화를 둘 다 이용하는 비율은 36.9%로 결코 낮지 않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60대는 58%의 응답률을 보이고 있으며, 30대가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 의미와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 세부적인 데이터를 정리함으로써 다양한 경로와 독자 확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할 듯하다.
만화웹툰에 관한 정보와 경로는 어떻게 될까?
웹툰을 보는 주요 경로로 포털이 89.1%라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네이버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사실 지난 평론가협회의 글로벌 웹툰 세미나에서도 논의되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두 거대 플랫폼이 웹툰산업을 견인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춰 적절한 법과 제도 그리고 시스템이 만들어야 될 시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웹툰 시장이 개설되고 한 20년이 지난 이즈음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법’에 대한 연구들도 좀 필요하다. 지금 네이버가 시장 한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통상 45% 넘으면 독과점 기업으로 보죠. 시장에서 더 성장하지 못하도록 또는 그 플레이어 자체가 자구책들을 마련하게 해요. 그런 고민들을 사례로서 아니면 딜의 카드로서 학회가 됐든 평론가협회가 됐든 산업협회가 … 이제 제안해줘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_ 박석환 재담미디어 이사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 글로벌 웹툰 세미나 발제 중)
SNS 이용이 적지 않다고 나오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정보획득의 과정을 살펴보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특히 10대는 50.4%, 20대는 53.5%으로 2명 중 한 명이 SNS로 정보를 얻는다. 또한 포털에서 정보를 얻는 10대는 9.9%지만, 친구는 45%이고, 1+2+3순위 합산에서 보면 59.4%에 달한다.
10대는 친구와 어떻게 소통하는가? SNS로 소통한다. 학교에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직접 만나는 것보다 SNS로 만나는 걸 친구와 만나고 소통한 걸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결국 10대와 20대는 사실상 또래문화와 SNS에 의해 정보를 얻고, 선택&행동하는 것이다.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이 감지된다.
어떤 매체냐 어떤 장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가장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을 소비하고 있다. … 그런 고민들을 대체하려고 하면 지금 현재 상태에 이른바 이제 세로로 길게 되어 있는 이미지 콘텐츠 형태의 웹툰으로만은 이른바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에서 제거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갖고 있어서 그 대안을 찾아야 된다 그게 대안적 플랫폼이다라고 하는 말씀을 좀 드리고 싶은 거고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서 소비하는 시간들을 보면 네이버가 굉장히 앞쪽에 있었어요. 근데 지금 네이버가 5등 밑으로 밀려나고 있거든요. 어플을 소비하는 시간도 네이버 웹툰은 10위권 안에 항상 있었는데 10위권 밑으로 내려가고 있어요.
10대 층이 소비자들한테도 그들한테는 지금 네이버 웹툰이라는 게 플랫폼으로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또는 단일 어플을 다운받아서 소비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표들이 있다는 거예요.” _ 박석환 재담미디어 이사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 글로벌 웹툰 세미나 발제 중)
다만 조사가 조금 더 섬세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이 있다.
어떤 웹툰이 소비되는가? 소비형태와 작품에 대한 상관관계 등이 함께 조사되어야 하는 점이다. 사실 정기연재물과 신문사 사이트의 웹툰은 어떤 것을 말하는지, 조사에 포함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했으면 한다. 이용 경로 등을 조사할 때 경로와 방식이나 형식이 혼재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설문의 교차 체크가 필요할 듯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특히 심화 설문에서 “그날그날 일기를 그림으로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는 답변처럼 소비자와 생산자의 혼재와 일상화를 담을 수 있는 조사로 발전했으면 하는 것이다.
어떻게 작품을, 어떤 장르를 주로 보는가?
연령이 내려갈수록 스마트 폰을 통해 웹툰을 시청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88.3%) 당연할 수도 있지만 수직문화, 디지털 문화와 수직의 미학이 어떻게 변화 발전하는 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난 20여 년간의 경험과 노력으로 한국 웹툰은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웹툰 관계자들은 2~3년 동안은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따라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 2~3년이 중요하다면서.
그렇지만 평론가협회의 글로벌 웹툰 세미나에서 이현석 레드세븐 대표는 <단다단> 등 일본에서 디지털코믹스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고민, 시도하고 있으며 일정정도 성공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기술과 문화의 발전, 기기의 변화는 미학의 급격한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현재의 정답이 몇 년 뒤의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현재의 성공에 취해 있을 게 아니라, 장점과 함께 새로운 문법의 도전을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인공지능과 인스타그램의 확산은 그를 위한 촉매제 정도가 될 듯하다.
또 하나 유의미한 부분은 시청과 독서를 위한 매체를 선택하는 이유 중 압도적 1위가 ‘오랜 습관’ 때문이라는 점이다. 습관이 바뀌면 결국 매체와 콘텐츠도 바뀌게 될까? 그리고 ‘무료’가 2위이고, 작품수가 많기 때문이 3위라는 점은 심사숙고해야 할 지점이다. 웹툰 유료 구매의 비율과 금액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실질 구매력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취향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대와 독서습관을 고려해야 할 때다. 그리고 구매력을 주요 변수로 포함시켜야 한다. 결국 소비되는 만화웹툰의 스타일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는 점이 나타난 것이다. IT와 콘텐츠업계의 조화와 융합을 통한 공동 연구와 기획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다음으로 장르의 문제가 논의된다. 즐겨보는 장르는 액션, 로맨스판타지, 판타지 등이다. 드라마, 무협/사극 등은 50대 등 중장년층의 인기를 바탕으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다만, 지난 2년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외모지상주의>가 합산 순위에서 무협 웹툰인 <화산귀환>에 간발의 차이로 밀린 것이다. <열혈강호> 등 무협의 인기는 크지는 않아도 꾸준한 편인데, 판타지 장르의 다양성과의 결합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관찰이 필요할 듯하다.
다만, 누구나 말했듯이 웹툰의 장르적 다양성 추구는 꼭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독자의 확장, 구매력의 확보 그리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될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단순하게 분류된 장르가 현 작품 소비의 취향을 담아내고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판타지와 로맨스 그리고 로맨스판타지가 구분될 수 있을까? 그리고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에서 가장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젠더의 감성은 장르 순위에 거의 반영이 안 되고 있는 듯하다. 그게 ‘샤이 BL’인지 아니면 장르적 복잡성에서 쉽게 선택한 것인지를 확인해봐야 할 듯하다.
한국 퀼리티에 근접하게 따라온 작품 장르가 바로 ‘로판’입니다. 로판은 일본에서도 이제 잘 만들기 시작했어요. 방법을 좀 알았고 문법을 갖다가 많이 따라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일본에서 한국 웹툰에서 거의 따라오지 못하는 장르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남성형 액션이에요. 이런 것들 퀼리티는 아직도 굉장히 떨어집니다.
한국의 웹툰이 일본에 침투 처음에 들어갈 때 일본의 젊은이들이 열광적으로 소비했던 웹툰 장르가 뭐였느냐 학원 연애물입니다. 근데 학원 연애물은 한국에서 안 만들어요. 만들어도 일본에 맞는 정서가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만약에 하려고 한다면 일본인들 정서에 맞는 학원 연애물을 만들어 공략하는 게 굉장히 좀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_ 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 글로벌 웹툰 세미나)
“레진코믹스라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유료 결제 플랫폼 시장을 연 플랫폼인데 데뷔한 해부터 작년까지 매번 1위를 5년째 연속하고 있는 게 <야화첩>이라는 작품이거든요. (이 책이) 여러 나라에서 나왔는데 대만에서 호화 양장본으로 조금 고가로 나왔어요. 그거를 한국 팬들이 역수입을 해서 봅니다. 대만이 성 표현 수위가 굉장히 높고, 그래서 ‘모자’가 없다는. 그 대만판은 역수입으로 해서 한국 팬들이 외국어로 되어 있는데도 한 번 더 소비를 하거든요. 그 정도로 충성도가 굉장히 남다르죠.” _ 김소원 교수 (K컬처트랜드 포럼)
“(애니메이션은) 칼라화 돼서 움직인다는 건데 한국 웹툰은 이미 컬러가 굉장히 잘 돼 있어요. 게다가 최근에는 소재 같은 것들이,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까 어마어마한 디테일이거든요. 이거는 근데 애니메이션으로 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애니메이터가 다 죽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로판(로맨스 판타지)를 보시면 매일같이 여자 주인공이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오잖아요. 근데 이거를 애니메이션에서 살릴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어떤 시각적 충격이 없고 오히려 죽어 보여요.” _ 서영은 교수 (K-컬처트랜드 포럼)
마지막으로 2차 산업화와 융합의 산업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도전해야 할 영역이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점차 하락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이용자 조사를 보면 원천 IP의 고갈, 적절한 확장 플랫폼이나 경로의 개발 등이 현재 남겨진 과제로 보인다.
할인 내역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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