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소식
제24회 만화의 날 기념식과2024 대한민국만화평론공모전, 오늘의 우리만화 시상식
11월 3일은 만화의 날이다. 대중예술로서 만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한국 만화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1년 한국만화가협회 및 관련 단체가 제정한 날이다. 11월 3일인 이유는 1993년 '불법일본만화퇴치운동'과 1996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만화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가 바로 그 날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매년 11월 3일에 만화인들이 모였고,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축하할 수 있도록 이틀 앞당긴 11월 1일 금요일에 부천의 웹툰융합센터에서 기념식을 개최하였다.
<안할 수 없는 임신>에 관한 발랄하고 신선했던 북토크
오후 4시로 예정된 본 행사에 앞서 3시부터 <안할 수 없는 임신>의 노경무 작가와의 북토크가 코미디언 서평가인 남경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시간과 장소가 그런 터라 일반적인 북 토크와 그 분위기가 많이 틀릴 수밖에 없었다.
북토크를 듣기 위해 미리 온 참석자와 행사장에 속속 도착하는 원로작가와 만화웹툰계 관계자들이 섞이면서 장터를 방불케 하는 소란스러움과 반가움이 넘쳐 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 부천만화축제에서 부천만화대상 신인상 수상 기념 인터뷰에서 재기발랄했던 노경무 작가는, 앞줄에 자리한 기라성 같은 선배 작가들 덕분인지 훨씬 조심스럽고 부끄러운 듯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욱 신선하고 열정적으로 다가오는 건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흐뭇한 표정 때문일 수도 있을 듯하다. 어쩌면 전통의 ‘만화의 날’ 기념식 시작을, 그것도 원로만화가들 바로 앞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독특한 상상과 전복을 보여준 신진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그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과거가 이제 현재의 영광과 만나고, 더욱이 미래가 준비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라고 아전인수와 같은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할 수 없는 임신>은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다. 만화도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으로도 다양한 수상 성과를 만들었고, 게다가 그 기획의 시작은 더욱 독특하고 ‘신세대(?)’스럽다.
집에 가까운 영화아카데미를 다니던 노경무 작가는 ‘30분 단편’을 기획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고, “뭔가 할 말이 많은 주제’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에서 찾은 게 바로 <안할 수 없는 임신>이라는 작품이었다. 당시 친구를 만나면 모두가 결혼, 임신, 육아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릴 때라 시간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 만화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흑백으로 작업되면서 결론적으로 “결이 더 맞았던 것 같다”고 자평하게 되었다.
그리고 출판은 대기업에 기대고 싶은 마음에 대형 출판사에 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하고, 독립출판을 하게 된 것 역시 더욱 자유롭고, 독립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한 공모전에서는 심사위원은 시나리오를 보고 “이건 일반사람이 안 좋아할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좌충우돌식 도전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창작은 현재 <안할 수 없는 임신>이라는, 친구들이 “개천에서 용 났네”라고 말하는 작품이 탄생하는 배경이 된 것이다.
그건 놀라운 수상 이력으로 확인이 되는데, 그중 관객상만 4개나 된다. 노경무 작가는 이를 두고 “다양한 연령대가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그때서야 “인기가 있나보다 실감”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노경무 작가가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 의류회사 생산관리를 담당했던 직장인이었다는 점이다. 20대 후반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치료를 몇 년간 하게 되었을 때 화실을 다니다 아팠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면서 작가로서 시작이었다고 한다.
하기 싫은 힘낼 때면 K-pop 그중 몬스타엑스의 노래를 듣는다는 노경무 작가의 이야기에서 경계와 한계를 넘어서는 한국 만화와 웹툰의 모습이 거기에 겹쳐진다.
드디어 북토크의 마무리 시간이 되었다. 사회자가 질문이 없냐고 물어보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질문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졌다. 노경무 작가 역시 “아무도 안 듣고 계시는 줄 알았는데”하면서 감격해마지 않았다. 산만한 듯 하면서 후배이자 동료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마음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곳, 바로 24회 만화의 날 기념식의 현장이었다.
‘만화의 날’의 이유와 의미 그리고 축하
북토크가 마무리되고, 드디어 만화의 날 기념식 순서가 되었다.
먼저 권영섭 원로만화가협회 회장을 비롯한 이두호, 이현세 작가 등 9분의 원로작가와 한국만화가협회를 비롯해 우리만화연대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 한국웹툰학회 등 12개의 협단체가 소개되었다. 이어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부천시와 부천시의회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위원회 등 함께 한 유관기관 대표와 참석자가 호명되었다.
소개와 인사 그리고 박수에 이어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 연단으로 올라왔다.
신일숙 회장은 흑백 신문기사를 배경으로 하면서 격정적인 인사말을 시작하였다. 당시 창작마저도 쉽지 않았던 현실에서 오죽하면 만화가들이 거리에 나섰겠냐면서 ‘만화의 날’이 만들어지고, 기념해야 하는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기념식의 시작을 알렸다. 또한 만화인들 모두를 위한 시상식을 만들고 싶다며, ‘만화의 날’이 만화계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며 인사를 마무리하였다.
이어서 조관제 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의 환영사가 있었다. 조 이사장은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만화가들이 창작자로서의 열정뿐만 아니라 “동료와 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진흥원 임직원과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덕담을 남겨주었다.
이어서 부천시 조용익 시장은 “만화, 웹툰, 애니메이션이 융합되어 지속가능한 K-컬쳐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는, 부천시의회 김병전 의장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자는 원칙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부천시에 더욱 많은 지원을 부탁한다는 축사를 남겼다.
그리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 국회의원은 “(한국 만화 역사의) 산증인인 원로 만화가들을 만나는 영광스러운 자리”라면서, 부천시의 공헌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말 (하나의 시가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일임에도 꾸준히 해왔다”다며 만화계와 부천시를 함께 축하하며 치하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저작권보호원 박정렬 원장은 “최대한 많이 듣고, 만나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찾겠다”는 축사이자 다짐을 남겼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대한민국 만화계 일년의 결산
축사에 이어 2024 대한민국만화평론공모전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먼저 신인상으로, 이지현 평론가의 ‘웹툰 생태계의 진화를 위한 공영 웹툰 플랫폼 설치 제안’과 황윤희 평론가의 ‘흔하디흔한 세 잎 클로벌를 찾는 ’흔한 햄‘이 선정되었다.
황윤희 평론가는 흔하디흔한 우리 일상을 ”만화와 웹툰이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소감을, 이지현 평론가는 ”작가의 입장에서 만든 정책제안서의 공론화를 위해 평론상에 응모“했다며, 수상에 감사함과 함께 공영 웹툰 플랫폼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우수상은 ‘로맨스의 (불)가능성에 대한 탐구 – 순끼론’의 구자준 평론가와 ‘우리의 복수 서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 ’당신의 과녁‘과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업성라‘를 중심으로’의 김선준 평론가가 수상하였다.
김선주 평론가는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평론”을, 구자준 평론가는 “연구자로서 계속 글을 써왔지만, 이번 평론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기쁨과 두려움을 느꼈다”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억하기 위한 미완의 서’의 박근형 평론가는 “더 좋은 평론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마지막 평론상의 대상은 ‘만화 대신 만와’의 김윤진 평론가였다. “더 열심히 만화를 보고,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 대상 수상소감을 끝으로 시상식은 마무리되었다.
수상자도 시상자도 모두 즐거운 모습이었고, 객석에서는 쉴 새 없이 지인들이 달려 나와 큼직한 꽃다발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만화인들을 위한 축제의 날임이 분명해 보였다.
축하와 감동의 열기가 진정되고 장내가 정리되면서 공로상 수상이 곧바로 이어졌다.
공로상은 <열혈강호> 전극진 작가, 양재현 작가 그리고 상명대학교 디지털만화영상전공 이해광 교수가 수상하였다.
시상자로 나선 권영섭 원로만화가협회장은 “시상소감은 처음 들어보시죠?” 하더니, 전극진 작가를 보며 정말 극진히 작업한 <열혈강호> 작가들을 칭찬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를 끌어내기도 하였다.
또 다른 수상자인 이해광 교수는 “숨어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상을 받아야 한다”며, 협단체 회장단에게 영광을 돌리기도 하였다. 이 교수는 (협단체장들이) “무슨 일이 발생하면 주 단위로 소집당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쁘다”면서, 회장단과 함께 일하는 총무와 간사들이 역시 숨은 공로자들이라고 추켜세움으로써 큰 박수를 받았다.
기념식은 2024 오늘의 우리만화 시상식과 함께 점차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번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은 <똑 닮은 딸> 글/그림 이담 (네이버웹툰),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 글/그림 들개이빨 (카카오웹툰), <세화, 가는 길> 글/그림 한혜연 (카카오웹툰),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 글/그림 김성희 (한사람연구소), <황제와 여기사> 글/그림 팀 이약 (카카오웹툰) 등 다섯 편이 선정되었다.
먼저 <똑 닮은 딸>을 대리 수상한 황세인 피디는 “우리 만화상은 버킷리스트였고, 여한이 없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담 작가의 소감을 전해주었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의 작가 들개이빨은 “제가 보기에도 이상한 만화를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며, “계속 재미있고 이상한 만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수상소감으로 큰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하였다.
<세화, 가는 길>의 한혜연 작가는 “30년차 만화가로, 이전에 출판만화로 우리만화상을 수상했고, 이번에 다시 웹툰으로 이 상을 수상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의 김성희 작가는 “유일한 출판만화로 수상이라 영광”이라면서, “이상하고 재미있는 만화를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으로 수상소감을 마쳤다, 그 다짐에 응원이라도 하듯,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은 우리만화상 대상 수상자로 최종 선정되기도 하였다.
역시 대리 수상한 <황제와 여기사>의 팀 이약 작가는 “뛰어난 원작과 각색을 만나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는 소감을 제작사 본부장을 통해 전해주었다.
그렇게 환희와 갈채가 이어진 기념식이 모두 끝났다. 식순이 끝난 후 풍요로운 저녁식사와 함께 모두를 흥분시켰던 경품 추첨이 상명대 김병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벌써 10여 년 동안 2부 사회를 맡아왔는데, 이번처럼 대단한 경품을 처음 본다는 김 교수의 말처럼 도서부터 외식상품권과 상품권 그리고 와콤 태블릿까지 식사시간을 조용하고도 열광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누가 뭐래도 만화와 웹툰은 현재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한국의 성공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역사를 일군 역전의 용사와 최전선의 투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오명과 안타까움을 씻고, 현재의 성공을 축하하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제 과제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부족한 점을 찾고, 서로 북돋으면서 이 기쁨이 좀 더 크고 오래갈 수 있는 만화웹툰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리라.
24회 만화의 날은 바로 그런 다짐의 장이자 확인의 자리였고, 그 주역을 소개하는 자리였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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